[당구닷컴=이현우 조지아 서던 주립대 교수] 미국 스포츠 팬들은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의류를 입고 한다. 여기서 의류란 유니폼은 물론 모자와 마스코트, 액세서리 등 팀의 모든 상징물을 말한다.

이는 여러 가지 의미들이 내포하고 있다.

이현우 교수

우선 자신의 공동체적 소속감을 알리는 동시에 그 팀의 성공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야구 모자는 팬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쓴다.

그래서 미국에서 메이저리그 모자를 쓰고 있으면 그 팀의 팬이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 의미 없이’ 모자를 쓴 한국인 관광객이나 초기 유학생들은 뻘쭘해지기 십상이다.

팬은 팬을 알아본다. 그 사람이 어떤 팀의 옷을 입는지에 따라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하고 라이벌 팀이면 짓궂은 농담을 가볍게 주고 받기도 한다.

스포츠 관련 옷을 입는 것은 자신이 스포츠 팬임을 나타내는 것이고, 팀 의류라면 자기가 어떤 팀과 함께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사실 옷이라는 게 보편적으로 자신을 나타내는 수단이기에 이는 새삼스럽지 않다. 사람들은 옷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한다. 누구나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이 멋져 보이는 옷을 입을 때 만족스럽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스포츠에서는 똑같은 옷이라도 상황에 따라 그 옷이 더 멋지고 자랑스러워질 때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애리조나 주립대의 로버트 시알디니 박사와 연구진은 스포츠 의류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현상을 관찰했다.

자신들이 일하고 있는 학교가 미식축구 경기에서 이긴 다음 날이면 캠퍼스 내에 팀과 학교 관련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의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해본 결과 본인이 직접적으로 팀과의 연고가 없더라도 팀의 승리 이후에 팀 의류를 더 자주 입었다. 그리고 경기결과를 이야기 할 때는 졌을 때보다 이겼을 때 ‘우리’라는 단어를 더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류현진(30·LA 다저스)이 지난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위력적인 피칭을 펼치고 있다./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자료사진

스포츠 심리학에서는 이를 ‘투영된 영광 누리기(basking in reflected glory)’ 현상이라고 한다. 반대로 패배했을 때 팀을 외면하는 심리적 대처방법(coping)을 ‘투영된 실패 차단하기(cutting off reflected failure)’ 현상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존감을 관리하기 위해 승리에 편승하기도 하고 패배는 외면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 관리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편승효과를 어떻게 장기적인 팬덤으로 이어갈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아무리 훌륭한 실력과 전통을 겸비한 구단이라도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승패여부가 불확실성에 달려 있는 만큼 매번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팀과의 동일시를 통한 팀 정체성이 강한 팬들과의 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마케팅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팀 충성도가 높은 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충성도가 높은 팬들은 팀이 연패의 수렁에 빠지더라도 묵묵히 관중석에서 팀을 응원한다. 팀이 지더라도 당당히 팀 의류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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